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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천에 유람선 띄우는 날

기사승인 2024.05.27  13:4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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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천연가 / 숨쉬는 동천 자문위원 박하 시인

   
▲ 박하(숨쉬는 동천 자문위원. 시인)

부산의 서면을 관통하여 흐르는 동천(東川)! 동천은 부산의 산업화를 넘어 한국 산업화의 일등 공신이다.

예컨대, 삼성그룹과 LG그룹의 모태이기도 하니 말이다. 달리 말하면, 동천의 젖을 먹고 산업 한국호가 무럭무럭 자랐다는 말이다. 산업 한국호의 어미! 동천은 지금 어떤가?

‘동천 살리기’는 지난 20여 년 동안 부산의 화두였다. 동천 복원이 왜 시급한지, 부산 시민이라면 누구나 알고 있다. 여기에는 부산 지역 언론은 물론, ‘숨쉬는 동천(대표 이용희)’을 비롯한 환경운동 단체들의 꾸준한 문제 제기 덕분이다.

동천 복원을 떠올릴 때마다 떠오르는 말이 있다. “해설은 그만하면 차고 넘친다. 이제 행동에 나설 때다.” 혁명가 레닌이 한 말이다. 냉정히 말해, 지난 시간은 동천 복원의 당위성을 ‘해설’하고 설득하는데 투자했던 셈이다. 그러나 더 이상 지루한 해설 단계, 즉 희망 고문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 이제부터 목표를 향한 전진인 ‘행동’에 나설 때다.

그 목표는 동천에 ‘놀이 배’를 띄우는 것이다. 즉, 오사카의 도톤보리처럼 유람선을 띄우자는 것이다. 관광 도시라면 으레 볼거리, 놀거리, 먹거리가 갖춰져 있어야 한다. 동천에 유람선을 띄우면 이 세 가지가 저절로 해결될 것이다. 특히 부산을 찾는 관광객이 사나흘쯤 머물지 않고, 기껏 하루 정도 머물고는 곧장 경주로 떠난다. 과연 그 이유가 무엇이겠는가? 볼거리, 먹거리는 어지간히 있지만 정작 놀거리가 없기 때문이다.

오사카 도톤보리는 벤치마킹 대상이다. 오사카 도심 운하에 유람선을 운항한다. 기껏 20분 남짓이지만 유람선을 타는 시간만큼은 휴식이자 특별한 체험이다.

만약 동천에 유람선을 띄운다면 운항 코스도 도톤보리의 그것보다 3배 이상 늘릴 수 있고, 편도와 왕복 등 훨씬 다양한 선택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예컨대, 부산시민회관 뒤쪽 선착장에서 탑승하여 광무교 아래까지 편도 또는, 왕복이 얼마든지 가능하다.

다음으로 도톤보리의 뒷골목은 먹자골목을 방불케 할 정도로 식당들이 즐비하다. 동천 주변 역시 그 이상이다. 부산시민회관 쪽에는 지척에 조방낚지로 유명한 조방 앞, 자유시장이 있고, 광무교 쪽에도 다양한 식당가들이 운집해 있다. 또한 동천의 접근성 역시 도톤보리 이상이다. 10분 거리 이내에 지하철 1호선과 2호선 노선이 있기 때문이다.

동천에 유람선을 띄우자고 하면, 틀림없이 반대하는 이들도 있을 것이다. ‘공무원들은 안 될 이유를 찾는데 선수다!’라는 항간의 속설이 있지만, 그건 까마득한 옛날의 이야기다.

요즘 젊은 공무원들은 ‘동천에 배를 띄워야 할 100가지’ 이유라도 거뜬히 찾을 것이다. 어떤 이는 동천에 유람선을 띄우면, 동천 오염이 더 심해지지 않겠는가? 우려하는 이들도 있다. 하지만 나는 유람선을 띄우면 수질은 갈수록 맑아질 수밖에 없다고 확신한다.

배터리 유람선도 이미 등장했고, 또한 동천에서 악취가 풍긴다면 누가 유람선을 타려 하겠는가? 즉 유람선 승객이 모두 동천 수질의 감시자가 되기 때문에 갈수록 맑아질 것이다.

따라서 동천에 유람선을 띄우는 게 그동안 동천에 진 빚을 갚는 일이기도 하다. 젊은이들은 대뜸 ‘동천에 무슨 빚?’하고 반문할 것이다. 이쯤에서 졸시 1편을 소개한다.

(전략)
‘알고 보마 다 동천물 덕이라요/ 오늘 우리 자식들 모도 땟거리 걱정 이자뿌고/ 엄동설한에 따시바끼 지낼 수 있는 것도/ 다 동천어미 젖줄 덕이다, 이 말이요//
눈앞에 아무 뵈는 기 없어모/ 금세 이자삐리는 기 세상 이치,/ 하마 삼십 년쯤 지나실 끼로/ 그때, 그 지하철 공사헐 때 신작로 낸다꼬/ 그 동천 허리짬에다 공구리 도배를 해삐리는 바람에// 우째 알 것 능교, 요새 얼라들이/ 그 신작로 밑에 웅크린 동천어미,
까막소에 갇힌 죄수모냥/ 큰칼에다 족쇄꺼정 차고 옴짝달싹도 몬하고/ 갇혀 있는 걸 말이요// 청계천이네 양재천이네 동네방네 /뚜껑 여네 개천 살리네 하미 난리벅구를 쳤드랬는디/ 보고도 몬 본치, 듣고도 몬 들은 치/ 눈감고 귀 막고 언제꺼정 그럴 거요 // 입은 삐트리지도 말이사 바로 하라꼬/ 우리 갱상도 부산문디들 치고 / 잘난 넘이나 못난 넘이나/ 동천어미 젖 안 묵고 큰 넘이 몇이나 되것능교/ 그라고 또 덕 본 넘이 오데 한둘이던교// 그 물 갖고 소주 설탕 물엿 밀가리 다 맹글고/ 그 물 갖고 치약 비누 세제 샴푸 다 맹글고/ 그 물 갖고 광목 비로도 골땡 혼방 모방하미/ 온갖 옷감 다 갖다가 색색물감 다 디릿다 아잉교/ 타이야표 통고무신, 월남전 워커에다 베신 가죽신/ 운동화하미 그 머시냐, 나이킹가 니복인가꺼정/ 거저 수출한다카모 오냐오냐 눈 질끈 감아주마, / 독약 겉은 오수폐수, 공장마다 밤마다/ 비만 내리모 콸콸콸, 대체 어데다 쏟았던교//
(중략)
앗싸리 깨놓고 말하모, 한강 기적도/ 애당초 시작은 우리 동천어미 젖줄 덕이라요/ 그 머시냐, 동천어미 젖 묵고서/ 부산 사람들이 한데 뭉쳐 앞장섰다 아이요/ 신바람으로 꽹과리 치는 상쇠모냥/ 한강 기적을 앞장서 이끌었다 이 말이요// 인자는 더 이상 핑계 말고/ 동천어미 숨통부터 지발 확 튀아주소!

*동천어미 이바구, 박하 시집 『그래도 도시예찬』, 2014

야간 유람선을 상상해 보라.

도톤보리보다 훨씬 더 다양한 야경을 즐길 수 있고, 운항 거리가 길어 도심 운하 역할도 기대할 수 있다. 다음으로 슬럼화된 도심을 다시 되살리는 묘수로 단연 가성비 최고라고 생각한다.

다시 말해 도쿄의 도심 재개발 프로젝트였던 ‘롯뽄기 힐즈(2003)’ 같이 천문학적 비용을 들이지 않고도 쉽게 도심 활성화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유람선 운항을 위한 준비로서 동천의 밑바닥을 긁어내는 일, 즉 하상 준설공사만 하면 되는 것이다.

동천에 유람을 띄우면, 주변의 문화 공간인 부산시민회관, 자유⋅평화시장, 부산국제금융센터 등에도 군불(?) 때는 효과가 금세 나타날 것이다. 긍정적인 변화가 어디 열두 가지뿐이랴. 상상만으로도 신난다.

동천에 유람선이 뜨는 날, 그날이 언제일까? 동천 하구, 부산시민회관 뒤편에서 유람선을 타고 광무교 아래까지 왕복하는 날! 하루빨리 그날이 오기를 기대해 본다. 

오피니언 담당자 ordnews@hanmail.net

<저작권자 © 오륙도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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