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동천연가/김용엽 숨쉬는동천 자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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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용엽(숨쉬는 동천 자문위원) | ||
6·25 전쟁 때, 1·4후퇴 전인 12월 6일 흥남부두에서 철수하는 유엔군 수송선(Landing Ship Tank, LST, 전차상륙함)에 올라 4~5일 걸려서 거제도 사등면 오랑지에 도착해 겨울을 지냈다. 그런 후 1951년도에 부산 범천등 매축지 노무자 숙소로 옮겨와서 겨우겨우 살아갔다.
모두가 먹을 것, 입을 것들이 부족했으며 잠자는 것마저 어려워서 모두가 하루하루를 생활해 나가는 것이 큰 문제였다.
어리고 순진한 아이는 키 큰 형들 따라다니며 기차길 가에 있는 차돌을 세게 부딪쳐 불씨를 구하기도 하고, 신발 밑에 철사를 부쳐서 스케이트 타기를 흉내 내기도 하였다.
키 큰 형들은 동천 하류의 하구에서 재첩과 백합조개들을 잡았다. 동천에는 꼬시래기(망둥어), 숭어, 메가리(전갱이 새끼)와 고등어 등이 많았다. 동천의 중류에는 버드나무, 송사리, 개구리, 매기, 미꾸라지들이 넘쳐났다. 그리고 주변 논에는 우렁이, 민물게, 벼메뚜기, 실뱀들도 많았었다.
아이는 여기저기 찢어진 만화책을 보는 시간이 많았다. 대부분이 먹고사는 경제문제를 다룬 내용이 대부분이었다.
아버지가 서울에 가는 날에 같이 철길을 따라 걸었다. 하루 정도 걸으면 서울에 도착할 줄 알고 함께 걸었으나 한나절 걸었는데도 사상 쭘에 도착했다.
서울에 가기를 포기하고 되돌아 걸었다. 부전동 쯤에 와서는 졸리고 피곤하여 앉아서 눈을 감고 잠시 잠깐 동안에 졸았다.
꿈속에서 시래기 국밥과 풋고추를 된장에 찍어 먹었다. 그런 꿀맛이 없었다. 꿈속에서 허기를 달랜 아이는 무적의 의로운 영웅 홍길동이 되어 악당을 무찌르는 꿈도 꾸었다.
얼마간의 시간이 지난 후에 깨었다. 그런데 입속에 밥맛이 남아 있었다. 꿈인 줄 알았는데 누군가가 탈진해 있는 아이를 깨워서 음식을 먹였고 음식을 먹고 난 아이는 다시 그 자리에서 잠이 들면서 꿈을 꾼 것이었다.
세월이 지난 그 후로 동천 유역에는 유명한 공장들이 많이 늘어났고 넓은 도로들도 건설되었으며 하루가 다르게 새 건물들이 자꾸 세워졌다. 그러자 동천의 물은 검게 변했고 악취가 심해지기 시작했다. 동천에서는 그 많던 물고기들이 살지를 못해 사라지기 시작했다.
청년이 된 아이는 삶이 바빴다. 직장을 구하고 결혼을 하고 자식들을 키우다 보니 물고기들이 사라진 동천을 생각할 시간과 여유가 없었다.
청년의 삶을 바쁘게 지냈던 아이가 여유로운 생활을 보내는 노인이 되었다. 노인은 언젠가부터 동천에서 재첩, 백합조개 등을 잡았었던 기억들이 가물가물하고 버드나무가 드리워진 동천변이 사라진 것에 큰 상실감이 파도처럼 밀려왔다 사라지곤 했다.
그때는 동천변에 버드나무 꽃들이 흔한 것이었지만 지금은 없어지고 사라져 버렸다. 동천은 노인에게서 너무나도 달라져 버리고 변해버리게 된 것이다.
노인은 동천에 버드나무가 있고 물고기들이 뛰어다니고 갈매기들도 날아다니는 공원처럼 많은 사람들이 찾아오게 만들고 싶다.
여유로운 노인은 동천에 형형색색의 작은 배들이 유유히 떠다니는 동천을 만들기 위해 아낌없이 열과 성을 모두 바치기로 했다.
동천에서 여생의 시간을 느긋하고 풍만하게 보내는데 노력하는 상선약수(上善若水)의 삶을 시작하였다.
오피니언 담당자 ordnews@hanmail.ne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