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동천 연가 / 숨쉬는 동천 권영주 회원(기행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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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권영주 숨쉬는 동천 회원, 기행작가 | ||
내 집 근처에 강변이 있다고 생각하면 어떠신가요? 삶이 풍성해지겠지요!
우리도 한때 집 앞으로 맑은 물이 흐르던 동천변을 따라 마을을 이루던 때가 있었습니다.
부산의 중심지 서면을 관통해 북항으로 흐르는 도심하천 동천에는 어떤 이야기가 숨어 있을까요?.
동천이라는 지명은 어떻게 생긴 걸까?
동천은 1899년 동래부지도에는 범천으로 표시돼 있어요. 범냇골도 범천에서 지명이 유래된 것이고, 범전동 300번지도 범천 앞의 넓은 들에서 나온 지명이지요.
언제부터인가 부산진성에서 볼 때 성의 동쪽으로 흐르는 하천이라 붙여진 이름입니다. 작은 하천이 아니었지요. 전포동 부근은 밀물과 썰물이 교차하는 곳이라 배들이 정박하는 선착장이 있었고, 특히 조방 앞 ‘범일동 선착장’은 아주 유명했어요.
포구를 낀 전포동과 옛 제일제당이 있던 ‘더샵 센트럴스타’까지 배가 드나들었던 것이지요. 부산포 해전을 기록한 난중일기나 일제강점기 조선방직주식회사 자료를 보면, 지금의 당감동까지 뱃길이 있었고, 범일시장까지 배가 다녔던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동천 주변에서 생산된 제품을 운송하는 물류이동 통로로써 물동량 수송창구 역할을 했음을 알 수가 있지요.
부산에는 동천과 같은 하천이 얼마나 있을까? 국가하천, 지방하천, 소하천 등 총 82개의 하천이 있습니다. 예산을 집행하는 관리주체에 따라 나누는데요, 국가하천은 국가 예산을 투입하고, 지방하천은 지방자치단체인 부산시 예산으로 관리를 합니다.
그 많은 하천들이 다 어디로 갔을까요? 지금은 모두 콘크리트에 덮여 땅 위에서는 볼 수가 없어요. 82개 하천 중 국가하천이 5개소이고, 지방하천은 동천, 부전천, 전포천, 가야천, 호계천을 비롯해서 46개소, 소하천들이 32개소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동천의 발원지는 어디일까?
도시개발로 발생한 공장의 오·폐수와 많은 생활하수를 제때 처리하지 못하게 되면서 인근 하천들은 악취가 심해졌습니다.
냄새를 막는 가장 쉬운 방법이 콘크리트로 덮는 것이었지요. 복개한 하천을 주차장이나 도로로 이용하게 됩니다. 그런 장점도 있었지만, 문제는 오염원을 관리할 부서가 일정하지 않아 관리가 잘되지 않았어요.
동천을 한때 ‘똥천’이라고도 불렀는데요, 특히 날씨가 더워지면 코를 막고 다닐 만큼 동천변의 악취가 심했습니다.
바닥에서 가스가 올라와 뽀글뽀글 거품이 올라오는 사진들을 많은 언론들에서 보도했어요. 바닥에 깔린 부유물에 산소가 공급되지 않으니 물에서 계란 썩는 악취가 진동했던 겁니다. 동천의 발원지는 백양산 선암사 뒤 너덜지대입니다.
상류에 가보면 정말 물이 깨끗해요. 당감천은 부암역 사거리에서 가야천과, 부산진구청 쪽에서는 부전천, 전포천과 합류하고요, 남쪽인 범일동과 안창마을에서 발원한 호계천은 옛 보림극장을 거쳐 조방 앞을 지나 부산시민회관 지류에서 동천과 만나 북항으로 유입됩니다.
이렇게 동천은 4개의 지방하천이 합류해 도심을 관통하는 대표적인 도심하천입니다.
지금은 대부분 복개되어 옛 모습을 볼 수가 없지만 발원지의 깨끗한 물이 주택과 상가의 오·폐수로 인해 5급수라는 최악의 수질 등급을 받게 된 거지요.
이걸 정화해 보겠다고 동천 한 가운데다 분수를 설치해 해수를 방사했지만 수질개선에는 별 효과가 없었습니다. 하수관은 분류식과 합류식 두 종류가 있는데요.
현재의 합류식 하수관은 빗물과 하수가 같이 들어오는 방식을 사용하고 있지요. 무엇보다 생활 오·폐수가 유입되지 못하도록 분류식 하수관 공사를 해야 합니다.
서울의 양재천과 청계천, 부산의 온천천은 대표적인 생태하천입니다. 하천이 지닌 본래의 자연성과 생태적 기능을 살려 건강한 하천이 된 겁니다.
동천이 중요한 이유는 무엇일까?
도심 속 하천은 오아시스입니다. 기후위기 시대에 하천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거든요. 습도를 조절해 주고요, 특히 해마다 높아지는 지구온난화를 감소시키는 역할을 하지요.
특히 물의 치수기능, 이수기능, 환경기능이 공존하는 것이 하천인데요, 최근 기후변화로 하천의 기능은 더욱 중요해졌습니다.
시민들의 도심 체감 녹지율 충족과 기후위기로, 환경부에서도 지방하천을 국가하천으로 승격시키는 계획을 발표했습니다.
국가예산으로 빠르게 하천을 복원하겠다는 것이지요. 현대백화점부터 부산시민회관까지 약 420m 구간의 생태하천 재생을 위해 호계천의 복개를 걷어내고 도심 속 자연 하천으로 되살릴 계획도 가졌습니다. 상상만 해도 신나는 일이죠.
역사 속 동천은 어떤 곳이었을까?
동천은 대한민국 근대산업의 발원지입니다.
삼성(제일제당), LG(락희화학, 럭키치약), 대우(신진자동차), 경남모직, 조선방직 등 한때 우리나라 경제를 이끌던 기업들이 동천 주변(부전동, 전포동, 범일동, 문현동 등)에서 태동했습니다.
가까운 부산항을 기반으로 신발산업도 번창했어요. 향토기업인 동양고무(기차표), 삼화고무(범표), 태화고무(말표), 진양고무, 대양고무를 들 수 있습니다.
6·25전쟁 때는 서면의 한 마을이었던 거제리에 포로수용소가 있었고요, 휴전 후 1955년까지 전포동에 7년간이나 육군형무소가 있었습니다.
형무소 옆에는 병무청도 있었지요. 내 기억 속의 동천은 이렇습니다.
1973년 동천 주변에 부산시민회관이 건립됩니다. 개관기념으로 ‘25시’ 작가 게오르규 초청 강연회를 가졌는데 나도 그 현장에 있었지요.
그때가 ‘똥천’으로 불리던 때로 악취가 너무 심해 동천 쪽으로는 창문이 하나도 없었던 기억이 납니다. 부산의 젖줄 동천이, 생명의 강으로 복원되어 많은 부산시민들의 사랑을 받는 도심하천이 되기를 기대해 봅니다.
오피니언 담당자 ordnews@hanmail.ne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