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동천연가 / 주윤순 숨쉬는 동천 생태문화관광해설사
 |
||
| ▲ 주윤순(숨쉬는 동천 생태문화관광해설사) | ||
동천을 옛날에는 풍만강 또는 보만강으로 불렀다고 한다. 동천의 광무교는 조선시대에 초량왜관을 향하는 동래부사의 행차 길로 건너야만 했던 다리였을 것이며 이후에는 광무교 위로 노면전차가 지나다녔다.
지금은 서면교차로와 범내골교차로를 이어주는 주요 도로의 교량 역할을 하면서 아래에는 지하철이 달리고 있다.
한국전쟁 시기에 동천의 광무교 양단에서는 한 때 우리나라에서 최대의 기업이었던 동명목재와 제일제당이 각각 자리를 잡고 있었던 적이 있다.
동천의 물이 흐르던 광무교에서 동이 트는 새벽처럼 번영하자 라는 뜻의 이름을 담고 건축자재를 만드는 합판공장인 동명목재와 제일 좋은 이라는 뜻으로 설탕을 만드는 제당공장의 제일제당이 각각 터를 잡고 있었던 적이 있다.
당시 우리나라 최대의 기업인 두 회사의 공장들은 우리나라 경제발전을 이끈 산업체들 가운데 중추를 이루었으며 이 두 공장은 동천의 광무교 옆에 있었다.
일본인 가구점에서 목공일을 하던 청년은 1925년 4월에 동명제재소를 세우고 사업이 날로 번창해지자 그는 동천변에 공장을 짓고 제조시설을 설치하면서 회사 이름을 동명목재로 출발하였다.
그후 동명목재는 1960년대 한국의 10대 기업에 포함되었으며 임직원만 해도 6,000명이 넘었다. 동남아시아에서 원목을 수입해 동천에 한가득 띄워놓고 합판을 생산하기 시작했다.
그 당시 전 세계적으로 합판이 건축자재로 각광을 받던 시대였기에 합판 수출에 힘입어 지속적으로 시세를 확장해나갔다.
1969년에는 2,700만 달러의 수출고를 올리며 국내 수출 1위를 기록하면서 1975년까지 7년간 연속으로 전국 수출 1위를 유지했다. 동명목재의 최고 전성기였다.
합판의 제조공정에서 접착제를 도포하고 접착력을 강화시키기 위한 작업 기술력은 그 후에 부산이 세계 신발산업의 메카로 성장하는데 있어서 한 축을 일임했던 접착제산업에도 크게 기여했을 것으로 생각한다.
“기업인은 자신의 기업을 자신의 재산이나 소유물로 여기기 보다는 기업을 통해 자아를 실천하고 국가의 공익을 위해 모든 것을 바치는 정신으로 일관해야 한다”와 “백련천마 즉 배우고 익힌 지식과 기술을 백번 천번 부지런히 갈고 닦는다”는 뜻의 글귀는 부단한 기술연마를 통해서 장인정신을 가질 것을 주문했던 동명목재의 기업 철학으로 시사하는 바가 크다.
수출 1위 부산 최고의 기업이었던 동명목재는 아쉽게도 1980년대 초에 비운을 맞이했다.
한국전쟁 정전 직전인 1953년 여름에 1,000여평의 공장 하나가 부산진구 동천의 광무교 옆에 세워졌다.
이름은 정제당 회사인 제일제당으로 그해 11월에 순백색의 설탕을 처음으로 생산하기 시작한 우리나라 최초의 설탕공장이었다.
100% 수입에 의존하던 설탕이 대중화로 돌아서자 설탕값은 저렴해졌고 제일제당은 시장의 독점적 지위를 굳히면서 이듬해 공장을 증설 확장하면서 급성장했다.
그 시절 제당기업은 최첨단 산업이었다. 생산능력이 배가 되면서 하루 50톤의 설탕을 만들었는데 이것은 당시에 우리나라 전체 설탕 소비량의 30%를 넘기는 대단한 수준으로 급기야 1962년에는 우리나라 최초로 설탕을 수출까지 하기에 이르렀다.
마산에서 정미소를 운영하다가 한국전쟁으로 부산에 온 창업주는 동천 광무교 옆의 부지 일대에서 첫 제조업을 시작했던 것이다. 그는 제일제당 공장 내 단층 한옥에 백설관이라는 집무실을 두고 생산과 판매 업무를 총괄 지휘하였다.
제일을 지향하기 위하여 ‘한발만 앞서라 모든 승부는 한 발자국 차이다’라는 창업 슬로건을 내걸었다. 사훈을 제일로 한 것은 최고가 되어 우리나라 산업보국에 기여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보여주기 위함이었다.
국내에서 안정적으로 설탕이 만들어지게 되자 제과산업이 크게 발전을 하게 되었다. 그 후, 회사의 지분과정에서 제일제당은 1993년 삼성그룹에서 분리되었고 2005년 부산공장 시대를 접고 서울, 인천, 양산 등으로 이전하면서 부산 기업이라는 이미지도 사라졌다.
동천이 흐르는 서면 도심에 자리했기에 더 이상의 부지 확장이 어려웠기 때문이기도 했었다. 그리고 2006년 12월에는 제일제당의 공장과 함께 창업주가 애착을 가졌던 백설관이 철거되어 그 위치에는 현재 대규모 주상복합건물인 더샵센트럴스타가 들어서 있다.
지칠 줄 모르고 진격했었던 이 두 기업의 저력은 부산의 동천만이 가졌던 바로 그 저력에서부터 비롯된 것이다.
오피니언 담당자 ordnews@hanmail.net
